소녀의 세계 2부를 보고 나서 이 만화가 고구마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부를 끝내고 2부가 시작하기까지 꽤 텀이 있었어서 완전히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얼마나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글쎄 2부 첫 화를 클릭할 때 그냥 ‘아 소녀의 세계 애들 같고 완전 풋풋했지~ 힐링이었지~’ 이러면서 시작했을 정도. 그런데 2부를 조금 읽다가 불연듯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소녀의 세계가 풋풋한 고구마물이었다는 사실을..
■ 2부, 왜 연애물일까?
보통 소녀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연애물이다. 배경이 고등학교건 대학교건 모든 스토리를 연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로맨스를 사랑하는 배달의 민족이라 그런가 싶지만, ‘연애가 인생 최대의 이벤트’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먹히는 소재라서 그런 듯도 싶다.
소녀의 세계가 성장물이라는 점에서 봤을 땐 연애가 등장하는 이유도 납득이 된다. 사실 소녀의 세계 2부에서 잘생긴 소년들이 등장했을 때, 나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성장물이라는 장르 특성상 언젠간 연애 얘기도 나오겠지라고 예측한 건 절대 아니고 작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모랑지/이연 작가 토크쇼에서 들었다. 2부가 연애 이야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단번에 납득했다. 맞다. 연애와 이별은 사람을 부쩍 성장하게 만드니까. 근데 그럼 이별까지도 나오려나?
■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학교에서 가장 예쁜 세 명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오리 같은 나리. 1부에서 나리는 친구들에게 열등감을 가졌지만 씩씩하게 극복했다. 나리는 세 명의 친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인망도 좋다. 그런데 왜 고구마물이냐고? 어떤 사람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녀의 세계는 청소년기의 사랑스러움과 잔인함을 동시에 묘사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하는 친구들간의 우정과 동시에 학교에서 생기는 질투와 질시, 따돌림과 배척의 관계가 동시에 드러난다. 솔직히 1부를 본지 오래되어서 1부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2부에서 등장한 남서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남서현은 어떤 그룹에도 제대로 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남서현이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룹에 끼기 위해 애쓰는 남서현에게 보여주는 클래스메이트들의 은근한 배척은 정말 현실적이다. 소녀의 세계는 청소년기에 벌어지는 소위 ‘부정적인’ 사건들을 과장해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너무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겪어봤고 내가 목격했던 사건들이 만화 속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는 것은 그래서 이 만화를 읽고 나면 뭔가 찝찝한데 만화는 재밌고, 또 다 보고 나면 어느새 불편함은 풍화되고 풋풋함만 남는 것이다.
■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더라..?
작가님의 표현력 덕분일까, 이 만화는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폭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팬도 많으며 연령대도 비교적 다양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혹시 소녀의 세계를 안 봤으면 보라는 이야기. 편편마다 고구마를 먹어야하지만 고구마를 넘어가게 만드는 적당한 사이다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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